“이게 무슨 소리야? 세상이 멸망하려나 봐!”

모두가 잠든 평온한 밤, 라일리의 감정 본부에 사이렌이 사납게 울린다.

이부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기쁨이 일행이 소리의 출처를 찾아 나서고, 이내 감정 조정석 한복판에서 낯선 경고등을 발견한다. 그 아래에는 큼지막하게 ‘PUBERTY'(사춘기)라는 단어가 적혀 있다.

기쁨이가 사이렌을 내다 버리면서 사태는 수습되는가 싶던 찰나 한 무리가 찾아와 본부를 때려 부수기 시작한다. 원래는 없던 감정인 불안이와 당황이, 따분이, 부럽이도 들이닥친다. 라일리가 사춘기에 접어들며 감정 본부에 대격변이 일게 된 것이다.

켈시 만 감독이 연출한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영화 ‘인사이드 아웃 2’는 급격한 정서 변화를 겪는 라일리와 그의 머릿속에서 고군분투하는 감정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500만명에 가까운 관객을 동원한 ‘인사이드 아웃'(2015) 이후 9년 만에 나오는 속편이다.

전편에서 초등학생으로 등장한 라일리는 어느새 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13세 소녀로 자라 있다. 속된 말로 딱 ‘중2병’에 걸리는 시기다.

라일리는 자기 방에 들어오려는 엄마에게 “날 좀 내버려 둬”라고 소리 지르다가 돌연 울음을 터뜨리더니 갑작스레 화를 내고, 곧이어 끝없는 자기혐오에 빠지기를 반복한다.

이게 모두 새로 온 감정들 때문인데 그중에서도 리더격인 불안이가 가장 큰 원인이다. 그는 일어나지 않은 일을 가지고 최악의 시나리오 수십 가지를 써 라일리를 불안에 떨게 한다. 기쁨이와 슬픔이, 버럭이, 까칠이, 소심이를 내쫓고 불안이가 본부를 차지하자 라일리의 감정 기복은 더 심해진다.

라일리가 입학 전 고등학교 아이스하키팀 캠프에 가면서 본격적인 스토리가 시작된다. 라일리 이야기가 영화의 큰 줄기를 이룬다. 그의 머릿속을 조종하는 불안이와 본부로 복귀하려는 기쁨이 일행의 여정을 교차해 보여주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라일리가 현실 속에서 겪는 일은 사춘기를 거친 관객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법하다. 단짝 친구들과 떨어져 혼자 새 학교에 적응해야 할 그가 느끼는 공포는 낯설지 않다. 동경하는 선배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실수를 연발하는 모습 역시 우리 과거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다.

라일리를 자꾸만 곤경에 빠뜨리는 불안이가 밉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10대 시절은 어쩔 수 없이 불안에 지배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그 시절을 겪은 사람은 알기 때문이다. 만 감독이 이 작품을 준비하기 위해 자신의 10대를 돌아봤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감정도 불안이었다고 한다.

잘해보려 할수록 스텝이 꼬이고 그런 시행착오를 통해 성장하는 라일리를 지켜보는 동안 관객도 함께 성장하는 기분이 들 듯하다.

극 후반부 라일리가 새로운 자아를 얻게 되는 장면은 어른마저 눈물짓게 만든다. ‘과거의 모든 나’가 모여 지금의 나를 이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한다. 어른들을 위한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한 ‘소울'(2017)의 회상 신이 떠오르기도 한다.

‘인사이드 아웃 2’가 하려는 말은 결국 ‘있는 그대로의 너를 사랑하라’다. 디즈니·픽사의 마법 같은 스토리텔링과 영상미는 다소 뻔할 수 있는 이 같은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특히 라일리의 신념들이 하늘을 향해 나무처럼 쭉 뻗어나가는 광경은 신비함을 넘어 경건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영화는 감동을 주는 데만 주력하지는 않는다. 잊을 만하면 나오는 코믹 요소 덕분에 곳곳에서 웃음이 터진다. 개성 강한 감정들의 기 싸움은 여전히 재밌다. 예상치 못한 2D 캐릭터가 등장해 큰 웃음을 주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