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모빌리티의 핵심 중 하나인 자율주행과 관련해 주요국의 연구개발 속도가 제각각이다.

그동안 자율주행 연구를 선도해온 미국은 잇딴 로보택시 사고로 사업을 중단하거나 상용화 시기를 늦추고 있지만, 중국, 일본 등은 이 틈을 타 자율주행 투자와 제도 정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도 자율주행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를 가릴 법적 근거를 마련하며 자율주행 시대의 본격적 대비에 나섰다.

◇ 미국, 크루즈 등 잇딴 사고에 사업 중단·상용화 미뤄

10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자율주행 분야에서 앞선 국가였지만 로보택시 사고 등으로 자율주행에 대한 불신이 커지자 사업을 중단하거나 상용화를 늦추고 있다.

앞서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지난해 8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제너럴모터스(GM)와 구글의 자율주행 자회사인 크루즈와 웨이모의 무인 로보택시 운행을 허가했다.

하지만 크루즈는 지난해 10월 다른 차량에 치인 보행자가 로보택시에 끌려가는 사고가 발생하자 사업을 잠정 중단했다. 회사는 올해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자율주행을 재개하지만 사고 우려에 따라 운전석에는 사람이 탑승할 것으로 알려졌다.

웨이모 무인 로보택시도 트럭 뒤를 따라가는 자전거와 충돌하는 등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자율주행사업을 포기하거나 상용화를 늦추는 기업들도 있다.

포드는 레벨4 자율주행 구현을 포기했고, 2022년에는 폭스바겐과 만든 자율주행 합작사 아르고AI를 폐업시켰다.

애플도 자율주행 전기차 연구를 맡았던 ‘스페셜 프로젝트 그룹’을 해산하며 자율주행차 개발을 포기했다.

현대차그룹 자율주행 자회사인 모셔널의 칼 이아그넴마 최고경영자(CEO)도 “(자율주행) 기술 발전 속도에 만족하지만, 상용화는 시간을 두고 지켜보겠다”며 상용화를 연기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런 가운데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는 현재 개발 중인 첨단 주행 보조 시스템 FSD(Full Self-Driving) 소프트웨어를 내세워 미국 자율주행업계 ‘와일드카드’로 역할하고 있다.

테슬라가 FSD 소프트웨어를 중국에서 판매하기 위해 정부 기관에 등록을 준비 중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하지만 FSD 시스템은 조향과 제동을 도와줄 뿐 완전한 자율주행 시스템은 아니라는 점에서 미 연방 검찰은 테슬라가 FSD를 홍보하며 소비자나 투자자들을 속였는지를 현재 조사 중이다.

◇ 중국, 로보택시 서비스 확대…일본 닛산 등 운행계획 밝혀

이런 가운데 자율주행 분야에서 가장 두각을 보이는 국가는 중국과 일본이다.

중국 최대 검색기업 바이두는 2021년 베이징에서 첫 자율주행 로보택시 상업 서비스를 시작해 현재 중국 10개 도시로 확대했고, 올해 3월에는 우한에서 24시간 로보택시 서비스를 시작했다.

또 이달 새로운 6세대 로보택시 1천대를 우한에 배치해 차량 운영·관리 전반을 자동화할 계획이다.

중국 정부도 BYD(비야디) 등 중국 9개 자동차업체가 베이징 등 7개 도시에서의 자율주행 레벨 3·4 테스트를 하는 것을 승인하며 힘을 보태고 있다.

일본 완성차업체 닛산은 지난달 개발 중인 자율주행차를 공개했는데 회사가 자체 개발한 자율주행 시스템은 보행자 행동 예측과 차선 변경 여부 판단 등이 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닛산은 올해 4분기 요코하마에서 실증 실험을 시작할 예정이다.

혼다는 일본 택시 업체 데이토, 고쿠사이와 손잡고 레벨4 로보택시 ‘크루즈 오리진’ 500대를 2026년부터 도쿄에서 운영할 계획이다.

일본 정부도 레벨4 차량의 본격적인 보급 시기를 2030∼2040년으로 예측, 자율주행 사고를 조사하고 처분 방침을 결정하는 기관 설치를 검토 중이다.

이 밖에도 영국은 자율주행 모드에서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가 자율주행 기업에도 있다는 점을 명문화한 자율주행차 법안을 통과시켰고, 이에 따라 2026년부터 영국 내 자율주행차 운행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 한국, 올해 3분기 자율주행 사고 조사 훈령 제정

한국도 자율주행 차량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를 가릴 법적 근거 마련에 나섰다.

현재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 산하 내부조직에 자율주행 사고조사 절차와 범위 등을 규정한 내부 지침이 존재하지만 좀 더 구속력 있는 규정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국토교통부는 이와 관련한 행정규칙인 훈령 제정을 추진 중이다.

이 훈령은 자율주행 사고가 났을 때 어떤 절차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 주내용이다. 훈령은 현재 보고작업이 마무리됐고, 늦어도 올해 3분기 내 제정될 것이 유력하다.

국토부 관계자는 “해당 훈령은 고속도로 같은 특정 구간에서 운전자 개입 없이 자동차가 스스로 움직이는 레벨3 이상 자율주행차를 대상으로 한다”며 “우리나라에 레벨3 자율주행차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선제적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