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업 나가면 지난달 중순부터 중국어선이 너무 많이 보입니다. 저인망으로 또 꽃게를 쓸어갈까봐 걱정이네요.”

서해 북단 인천 연평어장에서 25년째 조업 중인 오모(54) 선장은 아직 꽃게잡이용 어구 틀을 어장에 놓기 전인데도 푸념부터 했다.

지난해 가을어기에 좋지 않았던 꽃게 어획량이 올해 봄어기에는 회복하지 않을까 기대하면서도 최근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상에 급증한 불법 중국어선만 생각하면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오 선장은 12일 “이번 주까지 낙지·새우·주꾸미를 잡았고 13일부터 어장에 틀을 놓고 그물을 붙여 꽃게를 잡을 계획”이라며 “꽃게 어획량에 미치는 중국어선의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연평어장의 봄철 꽃게 조업이 시작된 이달 들어 서해 NLL 해상에서 불법조업을 한 중국어선은 하루 평균 159척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달 하루 평균 116척과 비교하면 37% 늘어난 수준이다.

휴어기인 올해 1월 서해 NLL 해상에서 불법조업을 한 중국어선은 매일 19척에 불과했지만 2월 들어 하루 평균 58척으로 늘더니 지난달에는 110척으로 급증했다.

휴어기가 끝나고 이달에 봄철 꽃게 조업이 재개되자 50척 가까이 늘어 이제는 불법 중국어선이 하루 평균 159척에 이른 것이다.

최근 몇 년간 서해 NLL의 중국어선 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우리 해경의 단속 강도와 중국 내 감염 상황에 따라 늘었다가 줄었다 하는 경향을 보였다.

코로나19가 처음 확산한 2020년에는 중국인 선원과 최대한 접촉을 피하기 위해 해경이 나포 대신 퇴거 위주의 단속을 하자 불법 중국어선 수가 전반적으로 증가했다.

이후 다시 적극적으로 나포하자 중국어선들은 대폭 감소하는 추세였지만, 올해 들어 다시 불법조업을 하려고 서해 NLL 해역으로 몰리고 있다.

해경 관계자는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작년에 유독 서해 NLL에 불법 중국어선이 적었다”며 “올해는 평년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서해 NLL에 출몰하는 중국어선은 대부분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다롄(大連)이나 산둥(山東)성 스다오(石島) 선적이다. 주로 10∼60t급 목선으로 저인망식 조업을 한다.

실제로 최근 소청도와 연평도 해상에서 나포된 중국어선 4척 가운데 2척은 스다오 선적이었으며 나머지 2척은 각각 단둥과 다롄 선적으로 확인됐다.

당시 소청도 해상에서 해경 대원에게 흉기를 휘두르며 저항한 중국인 선장은 최근 구속됐다.

이 선장처럼 해경의 나포 작전에 격렬하게 저항하는 중국인 선원은 최근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해경 경비함정을 피해 다니며 치고빠지기식 조업을 한다.

중부지방해경청 서해5도 특별경비단 관계자는 “연평도 등 서해 5도 인근에 500t급 중형 경비함정 3척과 특수기동정들을 배치해 강력하게 단속하고 있다”며 “해상 특수기동대와 특수진압대를 투입하고 해군과도 합동 작전을 벌여 적극적으로 나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어선들은 단속하려고 접근하는 해경 경비함정을 레이더로 발견하면 저항하기보다 무조건 조타실 문을 잠그고 NLL 북측 해역으로 도주한다”며 “10분 안에 조타실 문을 열지 못하면 북한으로 끌려갈 수도 있어 항상 긴장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