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투자자들의 시장 참여도를 보여주는 국채 선물 미결제약정이 지난달부터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긴축 완화 시점,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자 외국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채권 포지션 정리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금융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와 KB증권에 따르면 국채 선물 미결제약정은 지난달부터 줄어드는 추세다.
3년 만기 국채 선물의 미결제약정은 지난달 5일 52만3천885계약에서 지난 6일 46만710계약으로 6만3천175계약 감소했다.
10년 만기 국채 선물의 미결제약정은 지난달 22일 27만1천87계약에서 지난 6일 25만5천196계약으로 1만5천891계약 줄었다.
미결제약정은 국채 선물 시장에서 청산되지 않고 남아있는 포지션의 총합으로 투자자의 시장 참여도를 보여주는 지표다.
미결제약정 감소는 통상 투자자들이 추후 시장 변동성이 커질 것에 대비하기 위해 기존 포지션을 축소하고, 신규 투자자의 시장 진입은 적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시장 일각에서는 특히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채권 투자 포지션을 정리하고 있다는 추측이 제기된다.
지난 6~7월 역대급 강도였던 외국인 투자자의 국채 선물 매수세가 최근 약해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실제 외국인 투자자의 국채 선물(3년·10년 만기 합) 순매수 규모는 6월 25만303계약, 7월 13만6천437계약에서 지난달 2만2천941계약으로 줄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미결제약정은 보통 국채 선물 만기일을 앞두고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며 “다만 오는 13일이 만기인데 감소세가 지난달부터 시작된 것은 다소 이른 감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 이유로 최근 국채 시장에서 한국은행의 10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사그라들고 있는 점을 꼽는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부동산 대출 억제 정책으로 이달 가계대출 증가세는 둔화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정책 효과가 나타나기까지의 시차를 고려하면 한은이 10월에 기준금리를 인하할 정도의 (대출 증가) 둔화세를 확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내달 발표될 WGBI 편입에 대한 기대 심리도 줄어든 분위기다.
WGBI를 관리하는 FTSE러셀은 국채 발행 규모, 국가 신용등급, 시장 접근성을 따져 편입 여부를 결정한다.
그중 한국의 시장 접근성 수준은 ‘레벨 1’로 편입 요건인 ‘레벨 2’보다 낮다.
레벨 상향을 위해 정부는 지난 6월 유로클리어의 국채통합계좌를 개통하는 등 정책 개편에 나섰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를 실감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많다.
김상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유로클리어를 통한 거래 실적이 많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며 “계속 거래 실적이 적어 투자자들이 거래 편의를 체감하기 어렵다면 내년 3월에도 편입은 힘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결제약정이 매수 포지션인지 매도 포지션인지 구분해서 볼 수 없어 정확하게 해석하기 어렵다”며 “외국인의 국채 선물 순매수도 지난 6~7월이 이례적으로 강했던 것이지 지금 수준이 낮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