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8일 발표한 ‘건설경기 회복지원 방안’에 공공 공사 단가를 높이고 입찰제도도 개선하겠다는 방안을 담은 것은 낮은 공사비 책정으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는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유찰이 잇따른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부터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GTX-A 환승센터)과 서울 대심도 빗물 배수터널, 경기 고양 킨텍스 제3전시장 등 대형 공공사업이 줄줄이 유찰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힘을 실어온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사업과 부산 가덕도신공항사업을 제시한 일정대로 추진해야 하는 정부로서는 공사비 문제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 적정 단가 반영해 공사비 산출…물가반영 기준 조정

공공 공사비를 높여주기 위해 정부는 우선 적정 단가를 반영해 공사비를 산출하겠다고 밝혔다.

지금은 일률적으로 공사비를 적용하지만, 앞으로는 입지, 건물, 층수에 따라 공사비 보정 기준을 세분화한다.

건물 지하 2∼5층에 동일하게 공사비 2%를 할증하도록 한 것을 층마다 2∼5% 할증률을 적용해 차등을 두는 식이다.

산재 예방을 위한 비용이 공사비에 반영될 수 있도록 산업안전보건관리비는 15∼20% 인상한다.

물가 상승분이 공사비에 적절히 반영되도록 물가 반영 기준도 조정한다. 지금은 GDP디플레이터와 건설공사비지수 중 낮은 값을 적용하고 있다.

유찰 때는 총사업비 조정 협의를 즉시 추진하기로 했다.

민간 참여 공공주택의 공사비는 지난해보다 15% 증액한다. 입찰 탈락업체에 대한 보상비 책정은 총사업비의 0.25%에서 0.5%로 늘린다.

◇ 설계보상비 높이고 관급자재 변경 일부 허용

기술형 입찰로 추진하는 국책사업의 유찰을 막기 위해 입찰제도도 개선한다.

기술형 입찰은 기술력 위주로 사업자를 선정해 설계·시공을 신속하게 추진하는 제도로, 300억원 이상 공공 대형공사가 대상이다.

지난해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유찰된 기술형 입찰 국책사업은 총 16건, 4조2천억원 규모다.

이 중 규모가 가장 큰 것은 서울 대심도 빗물 배수터널(3개 공사 별도 발주·총 9천936억원)이며 다음이 킨텍스 제3전시장 건립공사(6천168억원), 경기 시흥 배곧 서울대학교 병원 건립공사(4천342억원)다. 유찰 이후 대심도 빗물 배수터널의 총 공사비는 1조원이 넘는 금액으로 다시 공고됐다.

정부는 기술형 입찰 탈락자에게 지급하는 설계 보상비 한도(현재 공사비의 1.4%)를 실제 투입한 설계비 수준으로 높이고, 지금은 공사비의 2% 수준인 설계 보상비 총액을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발주기관의 금지 행위에는 ‘시공사에 대한 인허가, 착공·준공식 비용 전가’를 추가한다.

또 관급자재 변경을 유연화하고, 설계 변경의 경직성을 완화해 건설사들이 공사비를 낮출 수 있도록 한다.

관급자재는 발주기관이 자재를 직접 구매하도록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고시한 품목으로 모두 631개다.

정부는 시공사가 더 좋은 기술을 제안하거나 자재를 바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도록 실시설계 이후 발주되는 기술 제안 때는 관급자재 변경을 허용하기로 했다. 시공사의 선택 폭이 넓어지는 것이다.

◇ 분쟁 우려 민간 사업장엔 전문가 선제 파견

민간공사의 공사비 분쟁 문제에 대해선 신속 조정에 중점을 뒀다.

정부는 우선 정비사업 계약 전 전문기관(한국부동산원)의 사전 검토를 받은 뒤 인허가기관인 지자체에 계약서를 제출하도록 지침을 개정하기로 했다.

물가·설계변경에 따른 공사비 조정 기준을 구체화한 표준계약서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이다.

분쟁이 우려되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에는 전문가를 선제 파견한다.

지금은 정비사업장에서 분쟁이 일어나면 관할 구청에서 시청으로 전문가 파견을 요청하고 있다. 앞으로는 국토부가 광역지자체에 선제적으로 분쟁 우려 사업장에 대한 전문가 파견을 요청하고, 광역지자체는 공사비 검증 인력을 전문가와 함께 파견하게 된다.

현재 전국 7개 정비사업장에 공사비 분쟁 조정을 위한 전문가가 파견된 상태다.

정부는 조합 방식보다 신탁 방식 재건축·재개발 때 분쟁 소지를 줄일 수 있다고 보고, 신탁 재정비를 유도하는 정책도 이어가고 있다.

신탁 방식 재정비사업의 사업계획인가를 신청할 때 지금은 전체회의 의결과 함께 토지주 2분의 1 이상, 면적 2분의 1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앞으로는 전체회의 의결만으로 요건을 충족하도록 해 의사결정 과정을 간소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도시정비법 개정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