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딥페이크 영상 팝니다. DM(개인 메시지) 주세요.”

천안에 사는 A씨는 트위터에 이러한 글을 게시한 뒤 2020년 12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6차례에 걸쳐 6만 원의 대가를 받고 여성 아이돌 그룹의 얼굴 사진과 음란물을 합성해 팔았다. 1심 법원은 A씨에게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 14조의 2 ‘허위 영상물 등의 반포’를 적용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일명 ‘딥페이크 처벌법’으로 불리는 이 법 조항은 2020년 6월 시행됐다. A씨처럼 지인이나 연예인의 얼굴 또는 신체를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형태로 편집해 유포하는 일명 ‘지인 능욕’ 범죄가 늘어나자 처벌 근거를 새로 마련한 것이다.

특정인의 얼굴·신체·음성을 대상으로 한 영상물 등을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형태로 편집·합성·가공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그런데도 딥페이크 기술을 악용한 이런 범죄가 여전히 조직적으로 일상을 파고들고 있다.

22일 디지털 성범죄 피해지원 단체 ‘프로젝트리셋'(ReSET·이하 리셋)에 따르면 이 단체가 감시하는 텔레그램 채팅방 ‘지인 능욕방’ 중 하나는 2천193명(이달 16일 기준)의 ‘시청자’가 상위방에 입장하려고 대기하고 있다.

아동 성 착취물을 공유하는 일명 ‘n번방’처럼 수사망을 피해 하위방에서 상위방으로 이동하는 구조를 띠는 것이다.

이들은 지인의 사진을 ‘움짤'(움직이는 그림 파일) 형태로 합성해 유포하는 데 그치지 않고 텔레그램 채팅방에서 이모티콘(스티커)으로까지 만들어 음란물을 희화화해 사용하고 있다. 리셋은 텔레그램 이모티콘은 카카오톡과 다르게 별도의 심의나 등록 과정이 없다는 점에서 2차 가해에 이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승혜 성범죄 전문 변호사는 “연예인 능욕 범죄는 직접적으로 피해를 호소하는 당사자가 옆에 있지 않다 보니 가해자가 불법성에 대한 인식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리셋의 한 활동가는 “디지털 성범죄는 시·공간의 제약 없이 다양한 국내외 온라인 커뮤니티, 메신저 앱 등을 통해 횡행하고 있는 범죄”라며 “대부분 해외법인이 개발한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도 ‘부다페스트 협약’에 가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부다페스트 협약은 2001년 유럽평의회 주도하에 신속한 형사사법공조를 위해 만든 사이버 범죄 협약으로 현재 67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이런 지적이 잇따르자 경찰도 내년 상반기까지 관계 부처와 협의해 부다페스트 협약 가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달 말 공론화된 아동 성 착취물 제작·유포 사건인 ‘엘 사건’을 계기로 전담수사팀을 꾸린 경찰은 이 사건에 주력하되 지인 능욕 방까지 수사 범위를 확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