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장산업의 분야별 세계 100대 기업을 분석한 결과 중국의 약진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연구원(원장 권태신, 이하 한경연)은 ‘주요 신성장산업의 기업 국제비교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한경연이 2015년 자산을 기준으로 세계 100대 기업에 속해있는 한국과 중국의 분야별 기업수를 조사한 결과, 시스템소프트웨어 산업의 경우 중국 기업 수는 17개인데 반해 한국 기업 수는 7개로 큰 차이를 보였다. 또 응용소프트웨어의 경우 한국 기업 수는 2개, 중국 기업 수는 20개로 중국이 10배 가량 많았다. 한편 헬스케어 부문에서도 한국은 세계 100대 기업에 속하는 기업이 전무한 가운데, 중국은 헬스케어 장비 부문 6개, 제약부문 20개가 포함됐다.

이태규 한경연 연구위원은 산업별 TOP 20위권의 글로벌 플레이어(global player) 육성이 시급하다며, 이를 위해 공공소프트웨어 사업 대기업 참여제한 등과 같이 기업규모에 따라 기업성장을 막는 IT 산업규제는 폐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정부의 공공소프트웨어 사업에 대기업 참여를 제한하고 있는데, 그 결과 정부사업 실적이 부재한 대기업이 입찰 시 공공 IT 사업 실적을 요구하는 해외 공공 IT사업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한경연은 단기간에 기술적 장벽을 넘을 수 있고 지적재산권 확보도 가능한 M&A를 활성화해야 한다며, 우리도 기업이 해외 M&A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경쟁국인 중국의 경우 막대한 규모의 국부펀드(CIC, 자산 660조 원) 금융지원에 힘입어 공격적인 해외 M&A를 추진(2014년 해외 M&A 건수 6,899건, 2013년 대비 55.1% 증가)하고 있다.

한편 한경연은 기술적 우위 없이는 신성장산업 분야의 국제경쟁력 확보가 매우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한국기업의 R&D 투자는 매우 부진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2015년을 기준으로 소프트웨어 산업의 우리나라 상위기업(자산 기준)의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중은 0.6%로 해당 산업 평균(100대 기업)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중 13.2%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또 헬스케어 장비 부문의 경우 우리나라 상위기업(자산 기준)기업의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중은 1% 수준으로 산업평균치인 6%에 미치지 못했다.

이태규 연구위원은 “특히 헬스케어 부문에서 한국기업의 R&D 투자 비중은 해외 다른 기업에 비해 매우 낮은 상황이다”라며, “바이오, 생명과학 등의 부문에서는 적자를 감수하고 높은 R&D 투자를 추진하는 해외 기업들이 다수 존재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기업이 보다 과감하게 연구개발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를 위해 정부는 기업의 R&D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경연은 국가 차원의 산업전략 측면에서 볼 때 상대적으로 시장집중도가 낮은 부문에서의 투자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시스템SW부문의 경우 세계시장 기준으로 시장집중도*가 75%에 달하는데 반해 응용SW의 경우 약 32% 수준으로 시장집중도가 낮기 때문에 응용SW분야의 세계시장에서의 위상 확보 여지가 존재한다는 주장이다. 이태규 연구위원은 “한국기업이 상위권 수준에 도달해 국제경쟁력을 확보한 분야가 아닐 경우, 시장진입이 용이하고 상품의 다양성이 높아 시장독점 정도가 높지 않은 분야의 투자를 우선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