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을 앓거나 장애가 있는 가족을 돌보는 ‘가족돌봄청년’이 우울감을 느낄 확률이 일반 청년보다 7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삶에 대한 만족도도 낮아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않는 비율이 일반 청년의 2배 이상이었다.

보건복지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2022년 가족돌봄청년 실태조사’ 결과를 26일 발표했다.

가족돌봄청년에 대한 정부 차원의 첫 실태조사로,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작년 4~5월 4만3천823명 대상 설문조사와 작년 7~9월 810명 대상 심층조사를 실시했다.

연구원은 중증질환, 장애, 정신질환 등으로 돌봄이 필요한 가족을 돌보고 있거나, 그로 인해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13세∼34세를 가족돌봄청년으로 봤다.

조사 결과 가족돌봄청년의 주당 평균 돌봄시간은 21.6시간이었으며 39%는 주당 15시간 이상 가족을 돌보고 있었다. 이 가운데 ‘주돌봄자'(가족 중 돌봄 대상 가족을 가장 많이 돌보고 전반적인 돌봄 상황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인 경우는 주당 32.8시간을 돌봤다.

가족돌봄청년이 희망하는 주당 돌봄시간은 14.3시간(주돌봄자 19.2시간)으로 실제와는 7.3시간(13.6시간) 차이가 났다.

평균 46.1개월(주돌봄자 54,7개월)을 돌보고 있는데, 24개월 이상 돌보고 있는 경우가 절반 이상이었다.

돌봄 대상은 할머니(39.1%), 형제·자매(25.5%), 어머니(24.3%), 아버지(22.0%), 할아버지(22.9%) 순이었다. 돌봄 대상 가족의 건강상태는 중증질환인 경우가 25.7%로 가장 많았고, 이어 장애인(24.2%), 정신질환(21.4%), 장기요양인정등급(19.4%), 치매(11.7%)였다.

주된 돌봄 행위로는 가사(68.6%), 함께 시간보내기(63.7%), 병원동행·약챙기기(52.6%), 자기관리 돕기(39.1%), 이동 돕기(38.4%) 등이었다. 이 중 가사활동에 부담을 느낀다고 응답한 가족돌봄청년은 34.4%로, 일반 청년의 4배 이상이었다.

가족돌봄청년은 일반 청년보다 우울감이 높고 삶의 만족도가 낮으며 미래를 계획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삶에 불만족한다는 응답이 22%로 일반청년(10%)의 2배 이상이었다. 주돌봄자만 따지면 32%가 같은 응답을 해 일반 청년보다 3배 이상 높았다.

우울감 유병률은 61%(주돌봄자 71%)로 일반청년(8%)의 7배 이상(8배 이상)이었고, 37%(주돌봄자의 47%)는 미래계획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했다.

조사에 참여한 박모씨는 “할머니가 치매로 인해 이상행동을 하는 상황이 너무 힘들었다. 무기력해지고 우울하고 스스로도 어떻게 하면 다시 긍정적인 나로 돌아갈 수 있을까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임모씨는 “엄마 병원에 있는데 친구가 ‘수강신청에서 네가 빠지면 자신이 대신할 수 있겠냐’고 물었다. ‘나는 친구들과 가는 길이 다르구나’ 생각해서 자퇴를 했다”고 말했다.

가족돌봄청년의 40.7%와 47.3%는 각각 복지지원, 돌봄서비스를 한 번도 이용한 적이 없었다. 구체적인 서비스 중 법률상담지원(8.8%), 돌봄가사지원(15.2%), 가사지원(16.4%), 보조기기지원(16.8%), 식사지원(17.9%), 교육비지원(18.2%), 이동지원(18.8%) 등에서 이용 경험이 특히 낮았다.

돌봄에 전부 혹은 일부 비용을 지출하는 경우는 각각 9%와 26%였는데, 비용을 지출하는 경우 월 평균 지출 금액은 62만3천원이었다.

조모씨는 “간병인을 쓰게 되면서 1천만원이 나간 것 같다. 간병 비용이 하루에 10만원씩 나갔는데 병원비까지 더해야 했다”고 고민을 말했다.

필요한 복지서비스로는 생계지원(75.6%), 의료 지원(74.0%), 휴식 지원(71.4%), 문화여가 지원(69.9%)을 가장 많이 꼽았다.

복지부는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가족돌봄청년을 적극 지원해 상담·안내를 강화하고 맞춤형 사회서비스를 지원하겠다”며 “지자체에 청년복지업무 담당자를 지정해 가족돌봄청년이 원스톱으로 복지제도에 대한 상담을 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돌봄, 심리·정서, 휴식 등에서 가족돌봄청년을 돕는 맞춤형 지원 계획을 상반기 중 발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