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금리 상승과 레고랜드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 등으로 자금시장 경색이 확산하자 금융당국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 대한 전방위 점검에 나섰다.

이는 2014년 이후 부동산 경기가 개선되면서 부동산 PF 대출 잔액이 올해 들어 112조원 수준으로 급증한 가운데 대내외 악재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어 ‘부실 뇌관’이 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과 함께 최근 자금 시장의 유동성 경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달 말까지 업권별 부동산 PF 대출 현황을 파악하는 작업에 나섰다.

부동산 PF와 관련해 우량 사업장에 유동성 공급이 제대로 안 되는 문제와 비우량 사업자의 신용 리스크를 나눠 점검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달 말까지 업권별 PF 대출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면서 “대출은 우량 사업과 비우량 사업장으로 나눠 2개 트랙으로 접근해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증권사의 경우 부동산 PF 대출 등 리스크 상황을 매일 점검하고 있으며, 저축은행의 경우도 자체 점검 결과를 다시 살펴보면서 자산 건전성 분류와 충당금 적립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 은행은 유동성 비율을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증권사의 경우 더 밀착해서 매일 모든 증권사를 더 꼼꼼히 체크하고 있다”면서 “최근 시장의 목소리가 커졌는데 이에 대해 구체적인 데이터를 가지고 판단하거나 분석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동성의 경우 금융사들이 다들 긴장하고 많이 준비한 부분이 있어 지나치게 위기를 조장하는 것도 문제”라면서 “하지만 대비 태세를 갖추는 게 더 중요하니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자금시장에서는 지속적인 금리 상승에 레고랜드 사태까지 터지면서 유동성 경색이 확산됐고 금융권도 건전성 강화를 위해 부동산 PF 대출을 줄여 관련 채권의 차환이 막히는 등 자금조달의 어려움이 커졌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업권별로 담당자들을 불러 부동산 PF 대출 현황과 리스크를 점검하고 있는데 이달 말에 점검을 마치면 최상부터 최악의 상황까지 상정해 시나리오별로 대응 계획을 마련할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 단계에서 볼 때 부동산 PF 대출의 리스크가 금융시장 전반의 리스크로 확산할 정도의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면서 “위기가 시작되려면 먼저 건설사들이 부도가 나기 시작하는데 아직 그런 정도는 아니다”고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기업 부도 등 신용 리스크는 내년 초부터 가시화할 가능성이 있어 보여 정부가 다양한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지난 23일 50조원 이상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 가동을 골자로 하는 자금시장 안정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가 가동하는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은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20조원, 비우량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 프로그램 16조원, 유동성 부족 증권사 지원 3조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주택금융공사 사업자 보증지원 10조원 등이다.

지방자치단체가 보증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에 대해서는 모든 지자체가 지급보증 의무를 이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금융사들에 전폭적인 지원과 더불어 우량한 업체에 대해선 적극적인 대출을 시행하도록 독려하는 등 추가적인 지원 대책도 강구할 방침이다.

또한 부동산 PF 대출로 어려움을 겪는 증권사들의 채권 발행 등이 막히게 될 경우에는 한국증권금융을 통해 유동성 문제를 지원할 예정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24일 국정 감사에서 “금융당국이 로드맵과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갖고 있고 23일 내놓은 대책은 그중에 일부를 발표한 것”이라면서 “개별적인 지자체의 익스포저를 하나하나까지 챙겨서 점검한 바 있다”고 말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23일 금감원 등과 개최한 자금시장 관련 점검회의에서 시장 안정을 위해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충분한 지원 조치를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러면서 금융업권과 기관투자자 등도 금융시장의 자금 중개 기능이 복원돼 선순환할 수 있도록 노력을 강화해달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