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호우가 수도권을 강타한 지난 13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의 한 아파트 꼭대기 층.

한층에 여러 가구가 사는 아파트 복도에 들어서자 천장 군데군데 핀 검은색 곰팡이가 눈에 들어왔다. 비만 오면 나타나는 누수로 인한 것이다.

전세사기 피해 아파트인 이곳에서는 이미 여러 가구가 경매에 넘어갔다.

물이 고인 것으로 보이는 천장 일부는 풍선처럼 아래로 불룩하게 튀어나와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보였다.

천장 한쪽은 뜯어진 채 내부 자재가 그대로 드러나 있고 물방울이 쉴 새 없이 복도 바닥에 놓인 스티로폼 상자로 떨어지고 있었다.

한 입주민은 “아파트 관리업체에 전화를 하면 기다리라는 말만 돌아온다”며 “이제 집안 천장에서도 누수가 생겼는데 비만 오면 천장만 봐야 할 판”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전세사기 피해 아파트의 경우 관리비가 제때 걷히지 않아 공용 부분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이 때문에 주민들의 불안과 불편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다른 입주민은 “장마가 시작되면서 걱정이 늘었지만,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들은 이사도 갈 수 없는 처지”라고 하소연했다.

전세사기로 수천만원의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답답한 상황에 장마철 누수로 인한 열악한 주거환경까지 이중고에 시달리는 실정이다.

전세사기 피해자 중에는 자신이 살던 건물이 불법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돼 제대로 된 피해 구제를 받지 못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 대책위원회가 최근 국토연구원과 피해 건물 현황을 파악한 결과 등기부등본에는 복층으로 된 집이 실제로는 각각 다른 가구로 임차된 경우가 다수 확인됐다.

현재까지 대책위가 파악한 이런 사례는 미추홀구 내에서만 26가구로 나타났다.

또 근린생활시설을 주거용으로 개조한 건물에 살다가 전세사기 피해를 본 경우 등 미추홀구 내에서 파악된 불법 건축물 거주 전세사기 피해 사례는 모두 214가구에 달한다.

이처럼 전세사기 피해 건물이 불법으로 건축된 경우 전세사기특별법상 구제를 받기 어렵다.

경매·공매 우선매수권을 비롯해 저리 대출 등 금융 지원과 공공 임대매입 등의 적용에서도 제외되기 때문이다.

최우선변제금을 받을 때도 등기부등본상 하나의 주택을 둘로 쪼개서 세를 놓은 경우 임차인 두 가구가 변제금을 나눠 가지는 방법밖에 없다.

안상미 전세사기대책위원장은 “건물 하자 문제로 장마철에 더 큰 고통을 받고 있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에 대한 대책과 함께 정부가 불법 건축물을 매입해 양성화하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