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로 보증금을 날리게 된 부산의 한 오피스텔 세입자들을 조사했더니 모두 청년 관련 정책금융을 통해 보증금을 마련한 것으로 확인됐다.

26일 피해자들에 따르면 부산경찰청이 최근 전세 사기 혐의로 구속한 이모(30대)씨가 소유한 동래구 한 오피스텔을 분석한 결과 총 34가구 중 월세를 제외한 전세 피해 가구는 9가구였고, 이들 피해자 모두가 청년 정책 금융으로 보증금을 대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8명은 ‘중소기업 취업 청년 전세대출’로 보증금 8천만∼1억원가량을 빌렸고, 1명은 ‘청년 버팀목 전세자금’으로 보증금을 마련했다.

피해자들은 소속된 회사도 다르고 이전까지는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지만, 공교롭게도 모두 청년 정책 금융을 통해 보증금을 마련해 이곳에 입주했고 지금은 한 푼도 받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일부 피해자들은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해당 대출을 유도한 정황이 있다고 주장한다.

세입자 A씨는 “청년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시중은행 지점 2곳과 해당 지점 관계자 명함을 주면서 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 소개했다”면서 “전세 보증금이 많으면 월세가 적어지기 때문에 솔깃했고, 중소기업 청년 대출은 1.2%의 저금리라 한도까지 받았다”고 말했다.

세입자 B씨는 “이전에 거주하던 오피스텔은 보증금 5천만원 미만이었는데, 청년 대출을 통해 1억원가량을 받아 이 오피스텔로 옮기게 됐다”면서 “인터넷을 보고 부동산중개소에 연락했을 때 싼 매물은 다 나갔다고 하면서 대출받아야 하는 물건을 추천했고, 최우선 변제가 되는 금액 등은 안내도 받지 못한 채 대출을 받아 보증금을 냈다”고 전했다.

이 오피스텔 외에도 전국의 전세 피해자 인터뷰 내용을 보면 청년 정책 금융으로 보증금을 마련했다가 떼였다는 내용이 대다수로 확인돼 전세 피해와 ‘청년 정책 금융’간 관계를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세 피해자 지원활동을 하는 황재문 부산YMCA 시민중계실장은 “청년 정책 금융이 보증보험 가입 등을 요구하고 있지 않아 청년 피해자들은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면서 “부동산 거래 지식이 부족한 청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정부 정책 금융 대출 심사가 청년들에게 안전망이 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황 실장은 청년 정책 대출이 사기꾼들의 먹잇감이 된 것은 아닌지에 대해서도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해당 오피스텔을 소개한 부동산 중개사무소 중 한 곳은 구속된 이모씨의 법인 소속 직원들이 중개원으로 활동했다는 피해자의 진술도 있어 추가적인 수사도 필요한 상황이다.

황 실장은 “정부의 전세 피해 특별법이 조만간 발의될 것으로 보이는데 피해자들을 실질적으로 구제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면서 “청년 정책 금융에 문제는 없었는지 당국이 살피고, 허술한 점이 있다면 해당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더 적극적인 구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