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진출한 한국 시중은행들은 올해 1분기 중국의 가장 주요한 경제 리스크로 ‘부동산 시장 회복 지연과 부동산 위험 확산 가능성’을 꼽으면서 우량 국유기업을 중심으로 대출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국은행 북경사무소는 23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한국계 상업은행의 여신·자금 운용 관련 서베이(설문조사) 실시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분기별 조사에는 베이징에 있는 한국계 상업은행 7곳(우리·신한·하나·국민·기업·농협·산업은행)이 참여했다.

한국은행은 조사 대상 은행들이 올해 1분기 중국 금융·경제 주요 리스크를 묻는 말에 ▲ 부동산 시장 회복 지연과 부동산 업체발(發) 금융 위험 확산 가능성 ▲ 미중 갈등 ▲ 지방정부 부채 순으로 응답했다고 전했다.

조사 대상 은행들은 올해 1분기 중국 정부의 부동산 시장 안정화 대책에도 불구하고 집값 하락과 거래량 감소 등으로 인해 중국인의 한국계 은행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다소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중국 국유기업들은 당국 경기부양책에 따른 자금 수요 확대와 저금리 여유자금 확보 필요성 등으로 인해 대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런 인식 속에 한국계 상업은행들의 올해 1분기 중국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태도는 ‘중립’ 수준으로, 중국 국유기업에 대한 대출 의향은 ‘다소 완화(증가)’로 각각 조사됐다. 경기 회복을 위한 당국 지원이 예상되는 만큼 정부 지원 업종과 우량 국유기업을 중심으로 대출을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조사 대상 은행들은 중국 민영기업 역시 저리 자금 수요가 늘 것이라고 봤지만 부동산 둔화 등 전반적인 경기 사정을 감안해 ‘중립’ 수준으로 대출을 운영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한국계 은행들은 올해 1분기 중국 국유기업의 리스크가 부동산 시장 회복 지연과 지방정부 부채 문제 등으로 인해 증가할 것이라고 봤고, 민영기업도 부동산 둔화와 수출 감소 등 전반적인 경기 상황 때문에 리스크가 다소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중국에서 영업하는 한국 기업은 시장 경쟁력의 지속적인 약화와 매출 감소 등으로 인해 리스크가 증가할 것이라고 은행들은 전망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분기부터 중국 주재 한국계 상업은행들을 대상으로 분기별 설문조사를 해왔다. 그간 조사 결과는 비공개였으나 올해부터는 대외 교류 확대와 정보 수요 증대 등을 감안해 공개하기로 했다고 한국은행은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