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부진과 건설 업황 둔화 속에 주요 시중은행의 건설업 부실 대출이 눈에 띄게 확대되는 양상이다.

올해 상반기 건설업 부실 대출 비율은 1년 전보다 크게 상승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산업들과 비교해도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9일 전국은행연합회 경영공시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올해 상반기 말 건설업 총여신은 28조6천790억원으로, 이 중 고정이하여신은 4천575억원(1.60%)에 달했다.

지난해 상반기 말 총여신 24조1천878억원 중 고정이하여신이 2천825억원(1.17%)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년 새 부실 채권 비율이 0.43%포인트(p) 올랐다.

은행들은 대출 채권을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다섯 단계로 분류하는데, 고정이하여신은 석 달 이상 원리금 상환이 연체된 부실 채권을 가리킨다.

은행별로 보면, NH농협은행은 건설업 대출의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지난해 상반기 말 1.96%에서 올해 상반기 말 2.35%로 뛰어 5대 은행 중 가장 높았다.

같은 기간 KB국민은행은 1.58%에서 1.80%로, 우리은행은 0.26%에서 1.61%로, 하나은행은 1.13%에서 1.26%로, 신한은행은 0.70%에서 0.99% 등으로 일제히 건설업 부실 대출 비율이 올랐다.

건설업 대출 건전성은 다른 산업들보다도 유독 나빴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5대 은행의 전체 여신은 1천8조1천2억원으로, 이 중 고정이하여신은 3조6천878억원(0.37%)으로 집계됐다.

제조업 대출은 285조2천391억원 중 9천212억원(0.32%), 도소매업 대출은 132조2천964억원 중 5천659억원(0.43%), 숙박·음식업 대출은 41조583억원 중 1천767억원(0.43%)이 각 고정이하여신으로 잡혔다.

아울러 부동산업 대출은 227조3천426억원 중 8천534억원(0.38%), 서비스업·기타 대출은 293조4천848억원 중 7천131억원(0.24%) 등이었다.

건설업을 제외한 각 업종의 부실 대출 비율이 모두 0.5%를 밑돈 셈이다. 단순 계산하면 건설업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제조업의 5배에 달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그 배경에 대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위험이 건전성 지표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라며 “특히 태영건설 관련 부실 채권이 지난해 말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계속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이런 추세는 큰 틀에서 내수 부진과 건설 업황 둔화의 연장선 위에 있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 6월 금융안정보고서에서 “2022년 이후 부동산 경기와 건설 업황이 부진해지면서 (PF 대출의)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증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금융기관 PF 대출 건전성이 악화한 가운데 증권사, 부동산 신탁사, 건설사의 우발 채무가 현실화하는 과정에서 다른 금융 부문으로 리스크가 확대될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건설업 성장률(전분기 대비)은 지난 1분기 5.5%를 기록했으나 2분기 -6.0%로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분기(-6.4%) 이후 무려 26년 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전망도 불투명한 만큼 은행들의 건전성 지표도 더 나빠질 여지가 있어 보인다.

한은은 지난달 경제전망에서 “주거용·상업용 중심의 입주 물량 축소와 신규 착공 위축 영향으로 공사 물량 감소가 본격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