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최근 3개월 사이 최고 수준으로 치솟을 정도로 강세다.
경기침체 우려가 점차 가시고 경제 전망이 개선되고 있는 데다 세계 주요 산유국의 감산이 영향을 발휘하기 때문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벤치마크 원유 선물이 추가로 상승하면서 배럴당 100달러가 될 수 있다는 전망마저 하고 있다.
이런 상승 움직임은 가계에 부담으로 돌아가고 인플레이션을 목표치로 낮추기 위해 분투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각국 중앙은행들에도 어려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WSJ에 따르면 가장 활발하게 거래되는 브렌트유 선물 계약의 경우 지난달 13% 상승해 최근 1년 반 사이 월간으로는 가장 많이 올랐다. 다만, 이는 이날 배럴당 83.20 달러로 2% 하락했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도 지난달 거의 16% 급등했다.
공급과 수요 양 측면의 변화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공급 측면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최근 감산으로 재고가 줄었다.
스위스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 원자재 거래 중개사인 트라피구라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사드 라힘은 “시장이 사우디의 생산 감소에 반응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수요 측면에서도 경제 지표들이 미국과 유로존의 경기침체 우려가 과장됐을 수 있다는 쪽을 가리키면서 에너지 소비가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가고 있다.
이번 주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5월분 석유 수요치가 매년 해당 월로는 역대 최고치라고 수정했다.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들도 미국과 인도의 강력한 경제적 활동이 중국의 약한 성장세를 상쇄하고 있다며 7월로는 최고치로 전망했다.
소시에테제네랄의 애널리스트들은 브렌트유가 내년에 배럴당 100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밝혔으며, 스탠다드차타드는 98달러를 전망했다.
스탠다드차타드는 이달 석유 수요가 공급을 하루 280만 배럴까지 능가할 것이라고 말해 유가의 추가 상승을 내다봤다.
연말까지 하루 공급 부족량이 공장 유지 보수로 인한 10월의 계절적 차질을 제외하고도 최대 200만 배럴에 이를 수 있다는 예측도 덧붙였다.
유가 상승에는 기술적인 요인도 있다는 게 투자자와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많은 투자자가 2016년 이래 더 값싼 유가로부터 이익을 얻는 쪽에 베팅을 해왔으나 최근 헤지펀드들이 가격 상승에 베팅하면서 시장이 재조정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물론 연준을 비롯한 중앙은행들에는 이런 유가 상승 압력이 반갑지 않다.
에너지가 인플레이션에 주요 요소인 데다 많은 상품과 서비스에 핵심적인 투입 요소이기 때문으로, 자동차 연료와 전기 등 모든 종류의 에너지 비용은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의 거의 7%를 구성하고 있다.
모든 전문가가 유가 강세에 힘을 실어주는 것도 아니다.
최근 다우존스가 15개 은행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내년 중반까지 브렌트유 가격 전망은 평균 87.14달러로 현 가격 수준에 비해 훨씬 높은 수준은 아니다.
이밖에 최대 소비국인 중국의 경기가 예상보다 느리게 회복 중이지만 6월 석유 수입은 하루 1천270만 배럴로 1년 전에 비해 45% 증가한 점도 하나의 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