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19일 전세사기 피해주택의 경매 유예 조치를 내렸는데도 일부 경매가 이뤄지자 피해자들이 보완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는 21일 인천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매 입찰이 이뤄지는 날인 매각 기일 결정과 연기는 법원 재량”이라며 “또 다른 희생자가 나오기 전 법원이 직권으로 전세사기 피해주택 매각 기일을 연기해달라”고 주장했다.

매각 기일에 만약 주택이 낙찰되고 별다른 사유가 없으면 법원의 매각 허가 결정 후 배당이 진행돼 경매 절차를 유예할 여지가 없어 그 전에 미리 조치해달라는 취지다.

안상미 대책위원장은 “지금이라도 경매가 유예돼 정말 감사드리지만 대부업체로 넘어가는 채권에는 (영향이)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며 “매각 기일은 법원 재량으로 변경할 수 있기에 사법 정책적으로 변경해달라고 호소하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전세사기 피해주택의 경매 유예 기간을 정부가 말한 현행 6개월 이상보다 더 늘려야 한다”며 “이 기간에 발생하는 선순위 채권(대출) 이자는 경감하거나 이차 보전해달라”고 촉구했다.

발언자로 참여한 지수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은 “다음 달 4일 매각 기일인 피해 세대는 채권이 대부업체로 넘어갔는데 같은 경매에 묶인 5건 중 1건이 매각돼 경매 유예가 안 됐다”며 “법원에서는 채권자인 대부업체 측 협조를 구하라고 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 19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이어 금융권에도 전세사기 피해주택의 경매 개시 유예와 매각 연기를 요청한 바 있다.

그러나 금융기관이 채권추심업체로 근저당권을 넘긴 경우 추심업체에까지 이를 강제할 수 없어 실효성이 부족하다.

대책위에 따르면 ‘건축왕 전세사기 사건’ 피해 주택 1천787채 가운데 440채는 근저당권이 채권추심업체로 넘어간 상태다.

전날 인천지법에서는 전세사기 피해 주택 11채의 경매가 그대로 진행돼 1채가 낙찰되기도 했다.

실제 금융감독원이 전날 파악한 결과 경매 기일이 도래한 32건 가운데 28건이 연기되고 4건은 유찰됐는데, 유찰 건은 영세한 부실채권(NPL) 매입기관이 보유한 채권이었다.

법원은 이에 아직 전세사기와 관련한 형사 사건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특정 경매 사건을 전세사기 피해 건으로 단정 지어 다르게 취급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책위가 주장하는 매각 기일 연기의 경우 통상적으로 채권자가 직접 연기를 신청하거나 채무자·채권자가 합의한 경우 가능하다.

이를 넘어 경매 사건 자체를 정지하려면 민사집행법에 따라 채권자가 경매 신청을 취하하거나 채무자 등이 이의 신청이나 소를 제기해야 한다. 이 때는 반드시 경매 신청 등에 일정한 법적 하자가 있어야 한다.

법원 관계자는 “법원이 경매 사건 기록만 보고 전세사기 피해 주택 여부를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또 형사 사건의 유무죄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특정 사건을 전세사기 피해 건으로 단정 짓고 이해 관계인이 많은 경매 사건을 다르게 취급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