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정맥류 시술로 50억원 규모의 보험사기를 벌인 의사와 브로커들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3부 이태웅 부장판사는 하지정맥류 시술 비용을 부풀려 진료비 계산서·영수증을 발행한 뒤 실손의료보험금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서울 중랑구 소재 병원 원장 A(64)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A씨와 공모해 환자를 알선해 대가를 받은 브로커 3명은 각각 징역 1년, 1년 2개월,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보험사기 범행은 합리적인 위험의 분산이라는 보험제도의 목적을 해치고 다수의 선량한 보험 가입자에게 피해를 전가해 보험이 갖는 사회적 기능을 해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또 “영리 목적으로 환자를 유인하거나 이를 사주하는 행위는 환자 유치를 둘러싸고 금품수수 등 비리나 불합리한 과당경쟁을 유발해 의료시장의 질서를 어지럽히고 종국적으로는 환자들에게 제공되는 의료의 질을 떨어뜨리는 등 사회적 폐해가 큰 범죄이므로 엄히 처벌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A씨는 하지정맥류 시술 비용을 400만원에서 630만원으로 허위 기재한 진료비 계산서·영수증을 환자에게 발급한 뒤 실제 시술비를 제외한 돈을 환자에게 환급하는 방식으로 실손의료보험금을 가로챈 혐의(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의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하지정맥류 시술은 국민건강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비급여 항목이며 환자는 본인이 가입한 실손의료보험 상품 약관에 따라 추후 시술비를 보장받는다.

A씨는 이 같은 비급여 항목의 특성을 이용해 2020년 8월부터 2022년 5월까지 ‘시술 당일 진료비를 결제하지 않고 보험금을 받고 나서 400만원만 입금하면 되고 나머지 금액은 개인적으로 쓰면 된다’는 식으로 환자와 브로커를 꾀어 환자들이 총 891차례에 걸쳐 49억6천여만원의 실손의료보험금을 받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또 환자를 소개해준 브로커들에게 환자 1명당 약 50만원씩, 총 3억2천여만원의 알선료를 제공해 의료법에서 금지하는 영리 목적의 환자 소개·알선·유인 행위를 사주하는 등 보험사기를 주도했다.

A씨는 “하지정맥류 시술비를 630여만원으로 정했으나 환자 유치를 위해 시술비를 할인하면서 환자들이 차액을 얻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실손의료보험금은 할인된 금액을 기준으로 지급된다는 점을 들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나아가 A씨 병원에서 하지정맥류 시술을 받은 환자들의 수사기관 진술을 토대로 “실질적인 하지정맥류 진단·시술을 한 것인지 강하게 의심된다”라고도 판단했다.

환자들은 조사 과정에서 “시술 전까지 다리에 통증이 없었고 다른 병원에서 진료받은 사실이 없었다”라거나 “1∼2번 정도 다리에 주사를 놓았고 시술에 1분도 걸리지 않았다”고 진술한 바 있다.